은행나무를 타고 오른 포도나무
딸아이와 동네를 한 바퀴 걷다가 문득 눈길이 멈췄습니다.
커다란 은행나무 사이로 포도나무가 길게 타고 올라가 있었고, 초록색 포도송이가 여기저기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멀리서 보고도 “저게 정말 포도인가?” 싶었습니다.
보통 포도나무라고 하면 밭이나 지지대에 가지런히 뻗어 있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는데, 이렇게 큰 나무를 의지해 위로 올라간 모습은 조금 낯설고 신기했습니다.

가까이 보니 포도송이가 가득했습니다
조금 가까이 다가가 보니 생각보다 포도송이가 훨씬 많았습니다.
아직 초록빛이 강한 작은 포도알들이 가지마다 빼곡하게 달려 있었고, 덩굴은 은행나무를 따라 꽤 높은 곳까지 올라가 있었습니다.
잎 사이사이로 햇빛이 비치고, 포도송이가 아래로 늘어진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길인데 딸아이와 천천히 걷다 보니 이런 모습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걷다 보면 평소 안 보이던 것이 보입니다
산책의 좋은 점은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같습니다.
익숙한 동네라도 천천히 걸으면 계절이 바뀌는 모습이나 평소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나무와 꽃, 열매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며칠 전에는 계절을 잊고 핀 벚꽃을 만났는데, 이번에는 은행나무를 타고 올라간 포도나무를 만났습니다.
같은 동네인데도 걷는 날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 참 재미있습니다.
딸아이와 함께라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혼자였다면 사진 몇 장 찍고 그냥 지나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딸아이와 함께 걸으면서 “저 포도는 어떻게 저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갔을까?” 하며 바라보니 조금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특별한 곳에 여행을 가지 않아도, 함께 걷고 이야기하면서 발견한 작은 풍경 하나가 그날의 기억이 되기도 합니다.
저에게 건강한 일상은 꼭 거창한 운동이나 식단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가까운 사람과 함께 걷고, 주변을 천천히 바라보고, 작은 변화를 발견하는 시간도 건강한 일상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동네 한 바퀴 덕분에 뜻밖의 풍경 하나를 마음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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